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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살구

햇비치 2016. 8. 16. 15:52

그 나무는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길을 가던 한 남자가 나무 그늘로 들어와 털썩 앉았다.
"휴우, 그래도 그늘로 들어오니 좀 낫네. 남들은 삐까번쩍한 사무실에서 에어컨 바람 실컷 쐬고 있는데 난 이게 뭐람. 누진세 때문에 에어컨도 못 틀고."
그때 남자의 다리 위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남자는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섰다.
"...살구?"
살구 모양의 알 수 없는 물체는 영롱한 금빛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남자는 이 살구를 금은방에 가지고 가서 감정을 받았다. 순도 100%의 황금 살구였다.
"이런 횡재가!"
남자는 혹시나 해서 다음 날 다시 나무를 찾아갔다. 바닥을 살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는 또한번 나무에 기대 한탄했다.
"아아 남들은 외제차 타고 여자 꼬시러 다니는데 난 이게 뭐람. 이 더위에 걸어다니고 말이야."
그때 또 무언가가 떨어졌다. 이번에도 황금 살구였다. 남자는 신이 났지만 티를 내지 않고 다시 연기했다.
"아아 살구가 더 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더 이상 황금 살구는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하루에 한 개만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남자는 이런 식으로 매일 나무를 찾아가 살구를 모아 점점 부자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 여기서 뭐하시는 거죠?"

못 보던 남자가 나무 곁에 서 있었다.
"그러는 당신은 뭔데 여기서 얼쩡거려?"
남자가 시비조로 말했다.
"난 내 나무를 보러 왔을 뿐인데."
"네 나무라니? 이건 내 나무야."
"웃기지 마시지!"
곧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실력이 비등하여 결판이 날것 같지 않자 한쪽이 칼을 꺼내들었다. 황금 살구를 빼앗기지 않도록 들고 다니던 호신용 칼이었다. 상대 남자도 질세라 자신의 호신용 칼을 꺼내들었다. 이쪽이 먼저 급소를 찔러 유리해졌지만 상대도 마지막 반격을 잃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으.. 살..살려줘."
"살려주세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 순간 살구 두 개가 그들 위로 하나씩 떨어졌다.
나무 위로 햇빛이 쏟아져 황금빛으로 아름답게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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