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CH RUNWAY
면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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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노는 것도 지겨워. 슬슬 일자리를 찾아볼까?" B는 '일자리'라 쓰인 메일함을 연다. 읽지 않은 메일이 수북히 쌓여 있다. "어디 보자. 심장 저격하는 고양이 애교 3단 발사라.." B는 고양이 동영상을 보며 히죽히죽 웃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진다. "아, 뭐야아. 동영상을 더 보려면 회사 소개 영상을 봐야 한다고? 무슨 이런
이기적인 회사가 다 있어!" B는 버럭 화를 내며 동영상을 종료한다. "어, 뭐야? 내가 사려던 가방이잖아?" B는 주저하지 않고 새 메일을 열었다. "지금 면접을 신청하시는 30분께 G사의 신상 F가방을 드립니.. 신처어엉! 이건 신청해야만 해!" B는 빛과 같은 속도로 '면접 신청'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는 '신청 완료' 메시지가 떴다. "오예에에!" B는 벌떡 일어나 빙빙 돌며 기쁨의 춤을 추었다. "띠리링." 곧이어 핸드폰에 신청 확인과 면접 일정 안내 메시지가 도착했다. "면접 일정이 내일? 뭐야, 나 내일 여행가는데.." B는 문자 발신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저 방금 면접 신청한 000인데요. 면접 일정 오늘로 앞당기고 싶어서요." "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음, 오늘로 변경하실 수 있습니다. 몇 시가 편하신가요?" "빨리 와 주시면 좋겠는데요. 저녁 약속도 있고 해서." "네, 그러면 1시간 후 면접 받으러 가겠습니다." 정확히 1시간 후, B의 집앞에 인사 담당자가 도착했다. B는 '문 열림' 버튼을 누른 후 말했다. "들어오세요." 인사 담당자는 노크를 한 다음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왔다. B는 서 있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 말했다. "넥타이가 조금 비뚤어진 것 같군요." "아, 죄송합니다. 급하게 오느라 그만." "이런 건 기본인데, 기본이 안 되어 있는 회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의 이런 무례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주신다면 잠시 저희 회사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뭐, 한번 해 보시죠." 인사 담당자의 짧지만 굵은 회사 브리핑이 끝나고 B의 호통이 이어졌다. "'화면에서 야근'이라는 글자를 본 거 같은데.. 제가 잘못 본 거 아니겠죠?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오네요. 요새 밤까지 일 시키는 회사가 어디 있나요?" "그래서 그 대신 다른 회사보다 월급을 세 배로 드리고 복리후생도..." "돈 쓸 시간이 없는데 돈 벌어서 뭐 해요? 애초에 돈이 그렇게 궁한 것도 아니고." "죄송합니다. 요새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만.." 인사 담당자가 떠나고 난 뒤에도 B는 분을 풀지 못했다. "이 나라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야근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니!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어?" B는 메일함을 열고 '나라' 항목을 클릭했다. 역시 메일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기본 수당 월 000만원, 취직 시 00만 원 추가 지급, 육아 수당 월 000만원... 이 정도면 괜찮을 듯?" B는 '이민 신청' 버튼을 눌렀다. 곧 간단한 검사 후 이민 수속이 진행될 것이었다. 20XX년, 급격한 인구 감소로 각국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