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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과 외로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9. 12. 10:50

내가 비혼하기로 결심하면서 걱정하지 않았던 부분은 "혼자 살면 외롭지 않을까" 였다.

 

평생 혼자 살게 되는 거고 나의 새로운 가족이 생기지 않을 텐데, 그러면 나이 들어서 외롭진 않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가족이 있다고 외롭지 않을 건 아니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나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때도 계속 외로웠다.

연애를 할때도 외로웠고,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외로웠다.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나의 외로움은 타인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결국 나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나는 어릴 때부터 눈에 보이지 않게, 외로움을 많이 탔다.

다들 그렇겠지만 나 또한 내면에 근원적인 외로움이 있어왔다.

사람이 옆에 있어도 뭔가 성에 차지 않으면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끼는 성격이다.

사랑도 해보고 연애도 해봤지만 오히려 그 관계 때문에 더 외로울 때도 있었다.

다 자란 이후에야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고 상담과 치료를 많이 받았지만 결국 이러한 성향은 타고난 것이고 완전히 고치긴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외로움은 나의 문제인 것이다.

 

어렸을 땐 본능적으로 그 외로움을 친구나 애인으로부터 해갈하려고 많이 애를 써왔다.

애인이든 친구든, 한번 절친해지면 그 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향. 하루종일 카톡이나 문자를 붙잡고 산 시간들이 정말 많았다.

타인의 존재로 나의 외로움을 잊으려 했다. 근데 사실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나 자신을 타인에게 의지하게 되어버리면, 상대는 질리게되고, 상대는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 상대방과의 관계에 의지했던 나 자신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내 마음의 중심이 나에게 있는게 아니라 타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타인은 내가 아니고 내 인생을 살아주지 않으니까, 결국은 떠나게 되니까.

또 오히려 그렇게 지나치게 깊은 사이가 되어버리면 서로 질려서 떠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사춘기 시절, 자아가 확립되기도 전에 그런 관계맺음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연애가 끝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고 혼자라는 생각에 한없이 우울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운명의 상대라는 건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혼자 있는 시간 동안 깨닫게 되었다.

당연한 사실인데, 나는 미디어가 주입하는 이상적인 연애와 결혼관에 홀린듯 빠져버렸던 거였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도 언젠가는 헤어질 것이고, 언젠가는 싸울 것이고,

만약 평생을 약속하며 결혼을 한다해도 같이 생활하다보면 결국 삶에 감정이 무뎌져서 한없이 싸우게 될 테다.

젊은 시절의 달콤한 로맨스를 그린 이야기가 많은 만큼 불륜과 파경에 관한 이야기도 정말 많은 걸 보면.

결혼은 사랑의 끝이 아니고 시작일텐데,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만큼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사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그냥 살아갈 뿐이다.

따지고보면 사랑의 행복한 결말은  아주 드문 일이다.

그런 걸, 굳이 나까지 해야할까. 굳이 외롭지 않으려고.

 

 

외로움은 타인에게서 찾을 수 없고, 찾아서는 안된다는 것도, 나는 20대의 절반이 지나갈 무렵에서야 깨달았다.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나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건데 그걸 몰랐기 때문에 나의 관계는 늘 엉망이었다.

외로움은 스스로 해결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

물론 그 방법을 찾는 건 매우 어렵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서 찾는 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결국 결혼하면 외롭지 않다는 것도 사실은 거짓말이다.

물론 운 좋게 상대를 잘 만나면 많이 의지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혼이라는 것도 어차피 이혼이나 불화 등의 리스크를 수반하는 건데, 평생의 동반자를 만날 가능성은 로또와 비슷하다.

그런데 어떻게 결혼이라는 제도에 내 감정을 의지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결혼한다고 해서 내가 외롭지 않을 것도 아니며,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외로울 것도 없었다.

 

내가 만약 외로움을 느낀다면, 그건 내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지 단지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는 지금, 나는 내가 만약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없이 외로울 거라는 것도 이젠 알고 있다.

 

결혼과 내 내면의 외로움은, 아무 상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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